아들 셋, 딸 하나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06-04-01 17:34

조회수 17,140

나에겐 아들 셋, 딸 하나  네 명의 자녀가 있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들이다.
아들 둘은 내가 낳았고
아들 하나 딸 하나는  하나님이 거저 선물로 주셨다.

1989년 어느 봄 날.
우리 교회에 남루한 옷을 입은 한 남자분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데리고 예배를 드리려 왔다.
지나 가는 길이었는데 예배 시간이어서 들어 왔다고 했다.
아이들에 비해서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버지는
언듯 보기에도 병색이 완연했다.
그 후에도 몇차례 교회에 왔다.
예배만 드리고 갈 뿐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인지도 좀처럼 말하지 않았다.
철이 바뀌어도 그들의 옷은 바뀌지 않았다.
그 아버지는 두 아이가 이 세상 가장 귀중한 보물처럼
언제나 양손에 꼭 붙들고 있었고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해 여름.
7월31일은 가장 무더운 날이었다.
오후 3시쯤엔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숨이 콱콱 막힐 정도였다.
그 시간에 울면서 다급하게 말하는 한 소년의 전화를 받았다.
" 사모님! 우리 아빠가 숨을 안쉬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갑작스런 전화를 받고 나니 귀에서 윙윙 소리가 날 뿐이었다.
"밖에 나가 누구든지 어른을 붙들고 부탁하여라.
우선 아버지를 병원으로 모셔야한다.
내가 곧장그 곳으로 갈께.
그 곳이 어디니?"
나는 비로소 그 곳이 성남인 것을 알았다.
우리 교회는 종로 5가에 있으니
바삐 떠나도 언제쯤에나 도착할 것인가?
몇 번 우리 교회에 나왔던 그 아이들의 아버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2학년인 어린 딸아이를 이 세상에 남겨두고...

빈소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먼 친척이 있기는 한 것 같은데
혹시 왔다가 이 아이들을 떠맡게 될까봐 안오는 것 같았다.
빈소를 지키며 나는 그 아이들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 아버지는 깊이 병든 몸으로
왜 성남에서 종로 5가의 우리 교회까지
먼 곳으로 와서 예배를 드렸을까?
무엇을 하나님께 기도했을까?
아마도 저 아이들을 부탁하지 않았을까?
병든 아버지의 기도의 부탁을 듣고
하나님은 부지런히 찾으셨으리라.
그 아이들을 잘 길러 줄 새로운 부모를...
아! 그 후보 중에 내가 뽑힌게 아닐까?
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를 그렇게 착하게 여기셨다니...
우리 부부를 그렇게 믿으셨다니...
나는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남편도 나의 등을 두드려주며 자랑스러워 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벽제에 매장해 주고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남자 아이는 우리 큰 애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 아들이 우리집의 장남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집엔 아들, 아들, 딸, 아들이 되었다.

그 날 부터 19평 우리 아파트엔 6명이 복닥되기 시작했다.
방 하나엔 아들 셋이, 작은 방엔 딸 아이가
우리 부부는 부엌겸 거실에서 살았다.
아침이면 하나 뿐인 화장실겸 세면실에
길다란 줄이 섰다.

나는 모든 것에 서툴고 잘 해낼 수 없었지만 마음만은
항상 나를 믿고 나에게 이 아이들을 서슴없이 맡기신
하나님의 나에 대한  믿음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또한 하늘나라에 가 있는 아이들의 아버지에게도 안심시켜 주고 싶었다.
그 아이들이 나에게도 이 세상 가장 소중한 보물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초등학교 6학년 이었던 그 아들은
학원 한 번 과외 한 번 시켜주지 못하고
참고서 몇 권만 사주었을 뿐인데
단 번에 외대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해서
우리부부를 기쁘게 해주었다.
이젠 다 커서 너무 멋지고 잘 생기고 훌륭한 청년이 되었다.
딸 아이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게 자랐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딸아이가 아빠를 빼어 닮아 미인이라고 칭찬이다.

나는 지금도 "자녀가 몇이세요?."물으면
"아들 셋, 딸 하나." 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물론 그 말에
"와! 요즘 세상에 무식하게 넷이나 낳았대."
하는 소리가 이어질 것을 알지만 말이다.
나는 어버이날에 네 개의 카네이션을 하루 종일 가슴에 달고 다닌다.
그러면 여지없이 "젊은 여자가 촌스럽게 저게 뭐야." 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난 촌스러워. 촌스러워도 나는 좋아!
카네이션 네 개나 받을 수 있는 엄마 또 있으면 어디 나와보라고 그래."
안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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