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한다. 지금의 가치 있는 것들이 나중에는 가치 없게 변하고 지금 가치 없는 것들이 나중에는 가치 있게 변한다. 아마 우리가 가장 놀라운 것은 주 앞에 섰을 때 일 것이다. 그 때야 말로 어떤 것이 가장 가치 있는 것 인지 판가름 날 것이다.
미국에 살다가 한국에 오게 되면 빠지지 않고 가는 곳은 찜질방 이다. 그곳에 가보면 천장에 숯이 촘촘히 박혀 있다. 숯에서 나오는 열기를 받으면 몸에 좋기 때문이다. 대학교수로 있는 친구 방에도 교회 목사 집무실에도 분재 모양의 숯이 있다. 숯을 볼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아버지는 인천에서 “송림상회” 라는 이름난 숯 가게를 운영 하시었다. 지금은 숯이 찜질 방이나 냉장고 안 그리고 가정집에서 건강에 좋고 냄새를 없앤다고 아주 좋은 의미로 쓰여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건강식품으로 먹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당시 숯은 각 가정에서나 공장에서 필수품으로 쓰여졌다. 다림질 할 때나 연탄불을 필 때도 공장에서 여러 가지 용도로 쓰여졌다. 그러나 연료의 변화로 숯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숯불 갈비 집에서 간헐적으로 쓰여질 정도였다.
내가 어릴 적에는 숯장사를 하시는 아버지의 일이 조금은 부끄러운 직업이었다. 숯의 색깔이 시커멓고 먼지와 지저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나를 “쭛” 이라며 놀려 대기도 했다.
아버지는 학교 문턱에도 가신 일이 없으나 열심히 숯 가게를 운영하여 우리 집은 비교적 생활이 넉넉했다. 그래서 인천의 부유한 집안 자녀들이 다니는 유치원을 보내주셨다. 아버지는 집나간 큰 형 때문에 어머니와 다툼이 많았다.
“그까짖 아들 하나 없는 셈치지 왜 부모 싫다고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냐”고 큰 소리를 치신 밤이면 오히려 밤잠을 주무시지 못하고 거리에 나가 큰 형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아들을 기다리며 새벽녁까지 잠을 이루시지 못했던 아버지의 인기척은 내 뇌리에 깊이 새겨져서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하나님의 심정을 늘 느끼게 해 주었다.
나 역시 때때로 주님의 품을 떠나 내 마음대로 인생을 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날 때도 있었으나 아버지의 그 모습이 나를 제자리에 붙들어 주었다. 아버지는 내가 공부할 때나 목회 하면서 어렵고 힘들 때 마다 나를 무조건 믿어 주시고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도와 주셨다. 아버지가 안 계셨던들 오늘의 나는 결코 존재하지 못하였으리라.
숯 장사였던 아버지, 지금은 숯이 그렇게도 귀하고 좋다고 하건만 당시에 친구들의 놀림의 대상이었던 숯 장사 아버지! 언제나 엄위하여 내가 가까이 다가 설 수 없는 분이셨지만 말없이 우리들을 깊이 사랑하셨고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일평생 신실히 다 감당하신 분이셨다.
나는 아버지를 통해 겉으로는 엄위하지만 속으로는 자녀를 깊이 사랑하시고 자녀의 일생을 지켜보며 자녀의 어려움과 고통을 더욱 아파하시는 주님의 넓고 큰 사랑을 느끼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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