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을 맞이 하면서 누구에게나 새로 맞는 천년에 대한 꿈이 있었을 것이다.
40년이 넘도록 나를 키워주고 나를 담아 주었던 커다란 우리들의 둥지 한국! 마침내 우리가족은 그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산하를 떠나왔다.
십수년의 목회 생활동안 자식처럼 가슴에 품고 아파하고 애지중지 하던 성도들과 늘 나를 믿어주고 도와주던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 친구와 동료들의 사랑과 추억… 내 삶의 모든 것이 녹아져 있는 한국을 서슴없이 떠나 올 수 있었던 것은 더 높고 큰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26살 부터 담임 목회를 하여 18년간 목회를 하는 동안 소위 말하는 성공적인 목회를 하였고 안정적인 목회 사역이 보장 된 듯 하였지만 사역에 대한 나의 꿈은 언제나 부족하였다.
그래서 공부를 더 해서 큰 교회를 맡아 내 가슴에 오랫동안 품고 있는 비젼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다. 그 꿈에 이끌려 한국에서의 40년이 넘는 나의 삶과 목회 사역을 내려놓고 단숨에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 오기만하면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내 꿈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미국에 도착하니 나역시 임지 없는 목사에 불과했다.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었다. 설교준비로 눈코 뜰새 없던 나의 일상은 주일날이면 더욱 힘들었다. 오늘은 어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나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는 한가하고 무료한 시간을 견디어내야 했다.
신학대학을 다니던 때 부터 목회를 했던 내가 평신도의 모습으로 처음 예배를 드리는 날이었다. 말씀을 힘있게 외치던 단상이 아니라 설교를 듣는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십수년의 나의 목회 생활이 주마등처럼 내 머리에 지나갔다. 주어졌던 그 시간에 좀더 열심히 좀더 충성되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회한이 예배 시간 내내 눈물로 흘러 내렸다.
우리 부부는 지나간 세월에 연연하지 않기로 하고 이 교회에서 평신도로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을 가졌다. 그래서 성가대에서 봉사하기로 하고 그저 일반 성도로 성가대에서 충성을 다했다. 그러나 주님의 일꾼들은 어느 곳에서든지 충성만 하면 주님이 그 길을 여신다. 담임 목사님은 나를 교회의 음악 목사로 추천했고 결국 나는 유니온 교회의 음악 목사로 일하게 되었다.
미국 이민 생활 3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 동안 훌러신학대학원의 박사과정의 대부분을 마치게 되었고 아내는 작은 상점을 운영하여 어려운 가계를 도왔고 두 딸도 학교에 잘 적응하여 어느 정도 삶의 기반이 잡혀갔다. 그러나 사역자는 공부하고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 결코 삶의 의미를 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온종일 교회를 개척해야겠다는 그 생각뿐이었다.
생각이 있으면 반드시 실천하고야 마는 나의 성격은 결국 유니온 교회의 지교회인 밸리 유니온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다. 미국 교회 건물을 임대하여 시작하였는데 내 마음에는 의욕과 자신감이 넘쳤다. 한국에서 십수년 목회했던 나의 경험에는 실패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개척 교회의 어려움이 밀려왔다. 우선 답답한 것은 교회 주변에 한국 사람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모두 일을 하러 나가니 나와 함께 전도 나갈 사람이 없었다. 처음 두 가정으로 개척은 시작되었고 얼마 안있어 다섯 가정으로 늘어 나기도 하였으나 1년이 지나도록 더 이상 새 가족은 늘지 않았다. 1년이 되어가는 끝자락에는 모두 떠나고 우리 식구만 댕그러니 남고 말았다.
한국의 울산에서 10년 동안 교회를 맡아 성장시킨 후 미국으로 유학 왔고 박사학위를 받아 큰 교회를 맡아 목회 하고자 했던 꿈이 좌절되는 듯 했다. 개척교회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도 없다더니 내가 그 꼴이었다. 그러나 목사로서 교회를 개척 한 후 문을 닫았다는 불명예를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가족끼리 몇 달간 예배를 드리면서 오는 자괴감은 실로 견디기 힘들었다. 미국으로 오기까지 동료목사들이 미국 목회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목회는 한국이 좋으니 가지 말라고 만류를 하였으나 그 말이 내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었다.
“나는 왜 이곳으로 옮겨졌을까?
나는 이 질문을 하루 종일 내 가슴에 던졌다.
일반 목회를 하려했다면 한국에서 있지 뭐 하러 미국까지 왔을까?
그래도 한국에서는 거의가 새 신자들이라서 일년에 50 여명 이상 세례를 주었는데 미국에서 목회를 한다는 것은 결국 다른 교회 신자들을 끌어 모으긴데..
남가 주 목사의 숫자는 4,000 명이 넘고 교회 숫자는 1,500 개 라 하던데 그렇다면 반 수 도 넘는 목사들이 임지가 없다는 말인가? 목사는 차고 넘치고 교회는 많고.. ”
어느 날 기도하던 중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이 나의 마음 속에 들렸다.
“네가 필요한 곳이 아닌 너를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인가를 찾아라.”
도대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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