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식
 김수철  04-10 | VIEW : 2,021
  한국에서는 어느 곳이든 신참이 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신고식이다. 그것은 대부분 곤혹을 치루는 것 이다. 결혼식에 신랑을 매달아 때리는가 하면 군에서나 직장에서도 신고식은 있다.  우리가 홈리스 사역을 시작 할 때도 신고식이 있었다.

  이 사역은 위험한 일이 많이 따른다. 홈리스들은 거의가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며 인생의 낙오자들과 각종 중독자들이다. 마약과 알코올 노름 중독자들이 홈리스가 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가족도 친척도 친구들이 그들을 버렸고 미국 처럼 살기 좋은 나라에서 만든 홈리스 쉘터 에서 까지 적응을 못하고 쫓겨 나온 사람들이다.
사람들로 부터 거절당한 상처가 분노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성격이 아주 난폭하고 악하기 짝이 없다.

  사역을 시작한 그 주간 토요일에는 큰 딸 혜진이를 데리고 갔다. 혜진이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었다. 신앙이 좋고 착한 딸이라 그 험한 곳에 아빠를 따라 나선 것이다. 우선 영어를 잘하니까 마음이 든든했고 앞으로 예배를 드리려면 키보드로 반주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도사님이 밤새 끓여 가지고 나온 스프와 빵 그리고 커피를 나누어주었다.  오늘도 100 여명이 넘는 홈리스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받아먹으며 “탱큐”(Thank)와 “갓 블레스 유”(God Bless You)를 연발했다.  

  쓰레기를 줏으러 집게와 봉지를 가지고 다니던 나를 딸아이가 급하게 부르기에 가보니 이전도사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 올라 있었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흑인 여자에게 한 대 맞았다고 한다. 깜짝 놀라 때린 이유를 물으니 커피를 달라고 해서 떨어졌다고 하니 갑자기 주먹이 날아 왔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다른 어떤 사역도 일하고 나면 감사의 표시를 받을 수 있다. 말을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도 몸을 씻겨 주고 나면 눈으로라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홈리스들은 백번 잘 해줘도  한 번만 마음에 안맞으면 욕설과 폭행을 하려 한다. 그런 사람들이기에 나는 그들이 더욱 가엾고 불쌍하다. 감사하다는 것도 모르는 자들이니 우리들이 베푼 사랑에 전혀 갚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가? 내가 베푼 것에 다시 돌려 받을 수 없는 자에게 한 것이 곧 주님께 한 일이 되는 것이다. 어지럽고 더러운 주변을 대충 정리를 하고 맥도널드에 가서 음식을 시키고 있는 동안 전도사님은 달걀을 사러 가셨다.

딸애는 좋은 일 하러 왔는데 이런 일이 있다니 하고 대단히 낙심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예수님이 당하신 고난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예수님은 하나님 이신데 인간에게 모욕과 멸시 그리고 침 뱉음과 채찍에 맞으신 것을 설명해 주자 딸애가 그제야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았다. 다음에 키보드 반주를 하러 안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전도사님이 계란을 사러간 사이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전도사님이 맞으신 것이 다행이지 딸애가 맞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이다.”  딸애를 아끼는 마음보다는 어린 마음에 상처라도 받으면 어떡게 하냐는 그런 걱정에서였다. 전도사님은 계란을 사서 얼굴에 문지르면서 평생 처음 맞았다고 하신다. 나는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내가 맞았어야 하는 건데 하며 죄송해 했다.

  “홈리스 선교를 하다보면 맞기도 하고 침 뱉음도 당한다.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전에 홈리스 사역을 하던 어떤 목사님의 말이 생각났다. 나의 비장한 각오와 다짐을 알 길 없는 전도사님은 영문도 모르고 연실 웃으며 달걀을 굴렸다.



 LIST  MODIFY  DELETE   
29   We Love You  김수철 04-28 4346
28   그들의 언어로 전한 복음  김수철 04-28 3356
27   거리의 찬양단  김수철 04-28 2406
26   다운타운의 밤을 더욱 어둡게 하는 흑인 홈리스들  김수철 04-28 2268
25   가족들과 함께 하는 사역  김수철 04-28 2500
24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분  김수철 04-10 2461
  신고식  김수철 04-10 2021
22   홈리스 사역 첫 날  김수철 04-10 2193
21   뜻 밖의 만남  김수철 04-10 2351
20   공부하는 목회자  김수철 04-10 2274
19   기도외에는  김수철 04-10 2485
18   소문을 듣고  김수철 04-10 1904
17   노숙자 이씨  김수철 04-10 2391
16   나를 바라보라  김수철 04-10 1978
15   나를 부인한 전도사  김수철 04-10 2445
14   빚 대신 갚아줍니다  김수철 04-10 2444
13   줄이 끈어진 연이 되어 하늘을 날다.  김수철 04-09 2018
12   신혼여행  김수철 04-09 2657
11   내 이름이 없다면  김수철 04-09 2297
10   담배 피는 신학생  김수철 04-09 4072
1 [2] SEARCH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