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없다면
 김수철  04-09 | VIEW : 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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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초등학교 때에는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시험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부터 치열한 입시지옥을 지나야 했던 셈이다. 일류 명문 중학교의 합격은 명문 고등학교로 이어졌고 대학까지 판가름을 내는 그야말로 앞으로의 인생을 명문으로 살 수 있는  첫 관문이었다. 나는 명문 중학교에 지원을 했다.

  나의 어머니는 형이 그 학교에 합격했을 때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형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초등학교 졸업식날 중학교 교복을 미리 입혀 보내는 헤프닝도 있었다. 부모님들의 사랑과 신임을 흠뻑 받는 공부 잘 하는 형을 보며 나도 부모님의 기쁨이요 자랑이고 싶었다. 그래서 어린 나이이지만 열심히 공부했다.

눈이 하얗게 내린 중학교 교정 게시판에 합격자 명단이 붙었다. 하얀 종이에 까만 글씨가 촘촘히 박히어 있었다. 합격자 발표 시간 보다 훨씬 일찍 나온 수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행동은 이름을 찾는 것이다. 이름이 있으면 그 학교에 들어 갈 수 있고 이름이 없으면 그 학교에 들어 갈 수 없다. 나와 부모님은 수험 번호 순서를  따라 내 이름을 찾아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내 이름이 없었다. 수험 번호는 앞쪽인데 맨 뒷쪽 까지 계속 내 이름을 찾아 보았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내 이름이 없었다. “무언가 잘못되었겠지. 내 실수로 지나쳤을지도 몰라.” 도저히 내 이름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 누군가의 실수 때문에  내 이름이 빠졌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합격자 이름이 붙어있는 첫 이름부터 마지막 이름까지 몇 번을 찾아보고 훑어보고 손가락으로 이름마다 짚어보면서 내 이름을 찾았었다. 그러나 내가 별짓을 다해도 내 이름은 없었다. 그 때 눈 앞이 캄캄하고 발의 힘이 다 빠져 나가는 것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었던 그 날의 절망을 40 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마침내 길고 긴 군대생활 31 개월만에 제대를 하게 되었다. 제대를 하게 되었다는 기쁨과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치며 기다렸다. 일각이 여삼추라더니 제대를 기다리는 하루 하루는 정말 몇십년이 지나는 것 같이 기다리기 어려웠다. 교련 혜택을 2개월 받고 제대를 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용인에 가서 제대 신고를 하게 되어 있었다. 용인까지 단숨에 달려 갔는데 아니 이게 웬일인까? 제대 명단에 내 이름이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당황을 하고 아찔한지 눈앞이 캄캄했다. 중학교 합격자 명단에서 빠졌을 때의 그 아찔한 현기증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만약 이름이 없다면 다시 자대로 돌아가서 2개월을 더 군 생활을 한 후 제대를 하는 것이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다행히 명단을 찾게 되어 제대를 하였지만 그 사건 이후 군에 다시 가 있는 꿈을 10년이나 꾸었다. 얼마나 놀랐으면 10년이나 그런 꿈을 꾸었겠는가?  


  나의 인생의 전부를 살고 난 후 하나님 앞에 설 때 생명책에 내 이름이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없는 것은 40년 동안, 다시 군 생활을 두 달 동안 해야 한다는 것도 10년이나 악몽을 꾸었는데 만약 생명책에 내 이름이 기록 되어 있지 않다면  얼마나 놀랄 것인가? 그 때는 다시 해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직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이라 일컫는 날에 주님의 생명책에 내 이름이 진하게 기록될 믿음이 있는지 믿음에 따른 삶이 있는지 두렵고 떨림으로 이루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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