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는 신학생
 김수철  04-09 | VIEW : 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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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 나와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쉬는 시간 냄새나는 화장실에 모여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면서 참 한심한 녀석들이라 생각했다.  같은 교회 다니는 고등학교 선배들이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며 그들을 경멸했다.  대학을 다니는 형이 방에서 담배를 피면 밖에 나가서 피우라고 문을 열어제치곤 했는데 신학대학에 다니는 내가 담배를 피우게 될 줄이야.

  신학대학 1학년 재학시절 합창단에서 만난 선배들과 남성 사중창단을 조직하였다.  연습 후에는 막걸리를 마시러 다닌 적도 가끔 있었다.  나는 체질적으로 술이 안 받지만 젊은 객기로 분위기에 휩쓸려 함께 다니곤 했다.  어느 날  신학대학을 다니고 있는 선배가 술 좌석에서 담배를 권하였다. 아니 신학생이 무슨 담배냐고 했더니 목사가 되려면 이런 것도 해봐야 한다고 내게 담배를 권했다.  생각 없이 담배를 받아 들어 피워 보게 된 것이 문제였다.

  그 후 차츰 담배 맛을 알게 되었고 약간의 중독자가 되어 담배 피우는 신학생이 되었다.  맨 처음에는 멋으로 피워 물었던 담배가 차츰 습관의 노예가 되어 버렸고 그것은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담배를 피우다 보니 냄새를 없애기 위해 껌을 씹었지만 껌이 담배냄새를 없애지는 못하였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문제지만 숨어서 담배를 피워야 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어느 날 신학대학에서 중창 연습을 할 때 내게 담배 냄새가 났었던 것 같았다.  중창을 지도했던 캐롤 미첼 이라는 미국 음악교수와 이야기 할 때도 담배 냄새가 났었던 것 같다.  연습 후  미첼 교수와 중창단 수련회 장소를 알아보기 위해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미첼 교수는 나에게 “미스터 킴, 담배 피우지요?” 하고 물었다.  얼떨결에 아니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지난번 연습할 때도 담배 냄새가 났었고 오늘도 냄새가 나니 그것이 담배 피우는 증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담배끊는 거 나하고 약속합시다.”  미국 여 교수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참으로 창피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오랜 기간 지키지 못했다.    

  담배는 건강에 나쁘고 경건 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많다.  담배를 피우는 집사님, 장로님들도 많이 있고 심지어 전도사나 목사들도 있다.  그들은 모두 떳떳치 못하게 숨어서 피운다.  그 때 생각하기를 교회가 이 것을 문제삼아 오히려 전도의 문을 막고 주초 문제를 경건의 척도로 삼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교회가 오히려 죄를 하나 더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이중적으로 살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담배와 술을 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술과 담배를 배우지 않았다면 평생 습관의 노예로 살지 않아도 될텐데 그것들에서 자유함을 얻게 하기 위해서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긍휼히 여기고 함께 기도해주고 도와 주어야 할 것이다.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사람을 경멸했던 고등학교 시절과 술 마시고 담배를 피웠던 신학생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런 것들로 인해 참된 그리스도인 인가 아닌가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약과 알코올로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을 아예 가망 없다고 속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이해하며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신학생시절 담배를 피웠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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